제목: 영원의 왕좌

페이커, 본명 이상혁. 이름만 들어도 수많은 기억이 떠오르는 사나이였다. 그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살아있는 전설이었고, 승리를 쟁취하는 순간의 감동과 패배의 아픔을 함께 나눈 수많은 팬들의 영웅이었다. 그가 없었다면 LoL의 역사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그가 전설을 마감하는 은퇴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은 가득 찬 팬들로 넘쳐났다. 빨간 조명과 함께 울려 퍼지는 음악, 거대한 화면에 비친 그의 모습. 모든 것이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스크린 속의 그가 활짝 웃으며 팬들에게 손을 흔들었지만, 그 뒤에 감춰진 무거운 슬픔이 화면을 뚫고 흘러나오는 듯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눈빛에는 그동안 겪어온 수많은 전투와 시간의 흔적이 깊게 새겨져 있었다.

무대 중앙으로 걸어나오는 그를 향해 팬들은 함성과 함께 그의 이름을 외쳤다. “페이커! 페이커! 페이커!” 모든 사람의 눈은 그에게 향했고, 그의 입에서 나올 한 마디 한 마디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마이크를 잡고 잠시 침묵을 지키는 순간, 경기장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짧은 침묵 속에, 모두가 그의 지난 시간을 함께 떠올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페이커 이상혁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림이 없었지만, 어딘가 부드럽고 슬픈 여운이 남았다. 그는 한참 동안 말없이 팬들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수많은 무대에서 연설을 했지만, 오늘 만큼은 그 무엇도 쉽지 않았다. 그는 긴 호흡을 내쉬고,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저는 항상 여러분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고, 여러분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저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팬들은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마치 오래된 친구와 이별하는 기분이었다. 모두의 마음속에서 그가 이 말을 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그는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그는 마지막 말을 준비하는 듯 한참을 망설였다.

“오늘, 저는 은퇴를 하려고 합니다.”

그 순간, 경기장은 눈물과 함께 울려 퍼지는 팬들의 외침으로 가득 찼다. “안 돼! 아직 아니야!”라며 소리치는 목소리도 들려왔지만, 그의 결심은 이미 굳건했다. 그는 조용히 눈을 감고 팬들의 함성을 들었다. 그의 가슴 속에는 감사와 아쉬움, 그리고 지난 세월의 무게가 겹쳐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무대를 떠났다. 뒤에서 울려 퍼지는 팬들의 함성은 점점 멀어져 갔고, 그는 조용히 뒤돌아보지 않았다. 무대 뒤편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팀원들이 그에게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슬프게 빛났다.

그날 밤, 그는 혼자 남겨진 숙소에서 조용히 지난 경기 영상을 재생했다. 첫 승리의 순간, 모든 이들이 그를 향해 환호했던 순간들, 그리고 마지막 패배의 아픔까지. 그 모든 장면들이 그의 눈앞에 스쳐 지나갔다. 페이커, 아니 이상혁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가 흘린 눈물은 그의 손바닥 위에서 반짝이는 작은 별들처럼 빛났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마음 속 깊이 깨달았다. 자신이 정말로 끝을 맞이했다는 것을.

그가 남긴 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수한 밤을 지새우며 만들어낸 추억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은 영원한 왕좌였다. 그는 비록 이제 마우스를 내려놓았지만, 그의 전설은 영원히 빛날 것이다. 팬들은 언제까지나 그를 기억할 것이며, 그의 이야기는 후대에게 영감이 될 것이다.

이상혁은 조용히 컴퓨터를 껐다. 그는 이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다시 한 번 자신을 위해 살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언제까지나 리그 오브 레전드의 역사 속에서 빛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날 밤, 수많은 별들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페이커, 전설이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