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거대한 철판이 박힌 것 같다. 그 철판이 웅웅 울리며 뇌를 자극한다. 눈알이 뽑힐 것 같다. 모든 에너지와 집중력을 머리가 독점하고, 돌아눕는 것 조차 귀찮아진다. 심장 박동에 맞춰 쿵쿵 머리를 내려친다. 식은땀이 나고 구토감이 몰려온다. 밝은 빛에 눈이 빠질 것 같아 눈도 뜰 수 없다. 등이 땀으로 축축해져 돌아눕는 순간, 아뿔싸, 머리를 쥐어짜는 통증이 찾아온다. 머릿속에도 심장이 있었나, 박동에 맞춰 얼굴을 찡그린다. 눈썹을 들썩들썩.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로 머리가 펑하고 터질 것 같았다. 머리를 절대로 움직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물을 마시는건 사치다. 말조차 할 수 없다. 머리가 아플 뿐인데, 위장이 꼬이는 느낌이 난다. 머릿속에는 온갖 잡생각이 뒤엉켜 자체적으로 소음을 만들어낸다. 사람들 떠드는 소리가 떠나질 않는다. 내 뇌가 만들어낸 소리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이건 마치, 맨정신으로 꿈을 꾸기 위해 머리가 혼신의 힘으로 노력하는 것 같았다. 진통제 하나 입에 넣어줄 사람이 간절해진다. 그때 악마가 내 앞에 나타나 "영혼의 댓가로 네 머리를 맑게 해주겠다." 라고 거래를 제안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 영혼을 팔았을거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악마가 있다면 두통에 몸져누워있는 사람을 찾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