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소유권 다툼 “배상” “기각” 판결

시가 1억원에 이르는 바둑판의 소유권을 놓고 법정싸움이 벌어졌다. 재판 과정에서는 바둑계에서 입신(入神)의 경지로 불리는 조훈현 프로 9단과 바둑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중국의 우칭위안(吳淸源), 일본의 세고에 겐사쿠(瀨越憲作) 등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분쟁은 부산시바둑협회 본부장을 지낸 김모씨가 2004년 간암으로 숨지기 한 달 전 프로 9단 ㅇ씨에게 바둑판 두 세트를 맡기면서 비롯됐다. 당시 김씨는 치료비와 생계비 마련을 위해 ㅇ씨에게 바둑판 매각을 위임했다.

바둑판 한 세트는 김씨가 1972년 조훈현 9단의 소개로 일본에서 구입한 비자나무 바둑판·바둑알·바둑통·바둑통 보관함으로, 바둑판에는 우칭위안의 서명이 새겨져 있어 ‘오청원반 세트’로 불린다. 다른 하나는 세고에와 일본 대신들이 서명한 ‘세고에반 세트’로, 역시 조 9단의 소개로 92년에 구입한 것이다.

ㅇ씨는 세고에반 세트를 2005년 한 일본인에게 1000만엔에 팔았다. 이 사실을 안 김씨의 가족이 ㅇ씨에게 매각 대금을 요구하자 ㅇ씨는 오청원반 세트만을 돌려줬다. 바둑알은 진품이 아니었다. 결국 김씨 가족은 지난해 6월 시가만큼 배상할 것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ㅇ씨는 “세고에반 세트는 김씨에게 증여받았고, 오청원반 세트의 바둑알은 진짜”라고 맞섰다.

부산지법 제8민사부는 “김씨가 매각을 위임하고 그 대금을 가족에게 줄 것을 부탁한 것이 인정된다”며 “ㅇ씨는 1000만엔을 김씨 가족에게 지급하라”고 최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또 “오청원반 세트의 바둑알은 진품이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시가를 계산할 기초자료가 없어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우칭위안은 14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바둑계의 1인자가 된 중국의 바둑기사다. 세고에 겐사쿠는 평생 3명의 내제자만 기른 것으로 유명하며, 이들이 바로 조훈현·우칭위안·하시모토 우타로(橋本宇太郞)다.

〈 부산 | 권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