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3연패는 거의 판도 못 짜고 하수가 고수한테 일방적으로 발리는 듯이 처참하게 무너져서.. 절망적이었다고 보는데..

몽백합에서부터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첫 판에서 커제의 백번필승 신화를 무너뜨린데다가 특유의 장기인 깊이있는 수읽기를 살려서 커제 대마를 몰살시켰죠. 

판을 아주 잘 짜더랍니다.

둘째판도 승부는 졌지만 내용은 이긴 바둑이구요.

세째판도 이상하게 타이젬 기자는 완패라고 하는데.. 제가 볼때는 완패가 아닙니다.

초반 비세가 된건 맞는데, 그걸 중후반에 극복하고 대 혼전으로 몰아 넣어서 누가 이길지 모르는 상황으로 만들었었죠.

지기 전에 옥쇄전법으로 발악한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상당히 커제를 위험한 지경으로 몰고갔었다고 봅니다.

초읽기가 아니었으면, 무언가 작품이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원성진 해설이 승부감각만큼은 최고라는 찬사를 아기지 않앗을 정도였으니까요.

커제한테 한번 비세에 빠지면 이기기 거의 힘들다는게 정설인데, 이세돌은 그 판을 흔들어서 대난전으로 몰고갔습니다.

즉, 결론적으로 이세돌이 몽백합에서는 달라졌다. 

커제 파해법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이런 느낌입니다.

이창호도 독주가 지속되니 많은 기사들이 연구해서 파해법을 찾아내기 시작했죠.

형세판단이나 끝내기를 이창호만큼 정교하게 하는 기사들도 등장하기도 했었고..

커제도 연구하면 파해된다고 봅니다.

이 놈아가 괴물인건 맞는데, 그 실마리를 이세돌이 찾아내고 있다고 봐요.

다만 전성기가 지나서.. 착각도 많고, 수읽기가 느려진데다.. 어릴때보다 깊이 있게 못 보는 상태에서 커제같은 괴물을 맞아 싸우게 되니.. 안타깝습니다.

마치 한물 간 옛 UFC 챔피언이 떠오르는 초신성 챔피언을 맞이해 신체능력도 많이 딸리지만 경험과 기술로 버텨내는 모습을 보는 거 같아요.

이세돌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