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단점수 반영 기전 감소로 승단대회 연다

기전 수의 감소가 승단대회를 13년 만에 부활시킨다. 한국기원은 12월 17일과 18일, 21일 소속 프로기사를 대상으로 승단대회를 열기로 했다.

한국기원 프로기사의 승단 규정은 종전의 승단대회를 없애고 대신 기전 서열에 관계없이 모든 기사가 참가하는 기전의 예선 첫 판 결과를 점수로 계산하는 것으로 개정되어 시행된 지 오래 됐다. 승단 점수에 반영된 기전이 한 해 10개가 되면 11번째 기전부터는 앞선 기전보다 규모가 더 크더라도 승단 적용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제도에 올해 문제가 생겼다. 모든 기사가 참가하는 기전의 수가 10개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올해 승단 점수에 반영된 기전은 지금까지 6개. 3월의 KBS바둑왕전과 국수전, 4월의 LG배, 7월의 농심배, 8월의 명인전, 9월의 렛츠런파크배이다. 다음 주에 열리는 GS칼텍스배를 더해도 7개에 불과하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요인은 천원전과 한국물가정보배가 중단됐고, 국수산맥은 지난해와 달리 예선을 치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각 부로 나뉘어 예선을 치르는 삼성화재배는 미포함 기전이다).

승단을 바라는 기사들에겐 10번의 기회가 7번으로 줄어들 실정이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3차례의 승단대회를 치러 총 '10번'으로 맞춘다는 계획이다.

한국기원은 오랫동안 '승단대회'를 따로 시행해 오다 2002년의 제78회 승단대회를 끝으로 규정 변경에 따라 자취를 감췄다. 따라서 13년 만에 '승단대회'가 열리게 되는 셈이다. 물론 올해만의 한시적 대회일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더 이상 승단할 자리가 없는 '9단' 중에서 승단대회 참가 의사를 밝힌 기사들이 더러 있다는 점이다. 승단대회엔 승리 수당이나 대국료를 주는 것도 아닌데 왜일까.

아마도 요새 대국수가 적고, 또 승단대국이 공식대국에 포함되는 터라 랭킹점수, 다승과 승률 등의 기록에 반영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참고로 현재 다승은 4명이 공동 선두를 형성하고 있고, 승률왕을 놓고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9단 기사의 참가'는 설왕설래 끝에 투표에 부쳐져 아슬아슬한 격차로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한다. 단의 권위가 무색해지고, 단위 무용론이 대두되는 현실에서 13년 만에 등장하는 승단대회를 요즘 드라마 '응팔'에서 다시 뜨는 유행어처럼 "반갑구만, 반가워요"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