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의 전술>
상수에 대해서 미리 돌을 몇 개 놓고서 시작한다는 것은, 상수와 하수와의 기량의 차가 그 놓은 돌에 의해서 줄어든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를 생각하지 않고 치석의 위력을 너무 믿은 나머지
처음부터 호선 바둑처럼 대담하게 두어나가다가는 반드시 어디선가 이상스러운 점이 생기게 마련이다.
상수는, 하수가 모르고 있는 뒷맛 등의 결점을 노려서 두어가는 것이다.
처음부터 힘싸움, 난전을 벌이다가는 아무래도 하수가 당하기 쉽다.
그것이 곧 기량의 차이이므로 하수는 이것을 잊지 말고, 처음에는 어느 정도 견실하게 두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견실하면 어느덧 돌이 위축되기 때문에 상수는 그 틈을 타서 강하게 나오며
하수는 또한 별로 저항을 하지 못하고 굴복한다. 이렇게 두다가는 결코 하수가 이기지 못한다.
견실과 위축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그 뜻을 구별할 줄만 안다면 대체로 보아 견실하게 두는 것으로 하수의 승률이 좋다고 말할 수 있다.
하수가 단단하게 두고 있을 때, 상수도 그와 마찬가지로 단단하게 두다가는 걸음이 늦어지므로
상수는 여기 저기서 손을 빼고 큰 곳을 차지하려 한다.
그렇게 하자니 아무래도 상수에게 약점이 생기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 군데 혹은 세 군데가 생긴다.
그 때에 하수가 그 약점을 포착하여 반격을 취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의 과감한 적극성은 반드시 필요하며, 다만 하수이기 때문에 덤벼드는 시기와 장소가 참으로 어렵다.
열 수 이내에서 좋은 기회가 오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수십 수 거친 다음에 비로소 기회가 생기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판단은 바둑에 따라서 그 때 그 때 다르다.
너무 일러서도 안 되고 너무 늦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어떻든지 그러한 좋은 기회가 한 판의 바둑에 몇 번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다시 한번 간추려 말하면, 처음에는 단단하게 자기를 지키다가 시기를 보아 반격으로 옮겨야 하는 것이다.
<상수의 전술>
아마추어 가운데에는 상당히 강하면서도 접바둑이 서투른 사람이 있음을 이따금 보게 된다.
힘이 비등한 상대나 상수에 대해서는 강하지만, 하수에 대해서는 비교적 서투른 것이다.
이를 테면 자기와 호선으로 두는 라이벌이 넉 점을 접는 사람이 있다고 치면,
자신도 그 사람을 넉 점 접을 수 있어야 할 터인데 석 점 밖에 접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한 마디로 해서 힘이 약하고 또한 바둑이 너무 정직하여 기략이 부족한 까닭이다.
이는 하수에 대해서 강한 사람에게는 힘바둑이 많은 사실로 미루어보아도 알 수 있다.
어느 정도 강해진 사람은 상수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하수에 대해서도 강해야만 그것이 진짜 실력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한 경우는, 말하자면 맥이나 형태에 대해서는 비교적 익숙하지만 힘이 약한 바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사람이 더욱 진보하기 위해서는 하수에 대해서도 강해짐으로써 힘을 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상수는 놓여 있는 접바둑의 부담이 있기 때문에 견실과는 반대로 단호한 모험을 할 수 밖에 없다.
힘으로써 하수를 압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상수는 자기 진영을 정비하기 전에 공격을 먼저 시작해야 하므로
백 진영에 약점이 나타나는 것은 필연적이며 그 약점을 하수가 찌르리라는 것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힘이 강하다는 것은 공격이 강함을 뜻할 뿐 아니라
그와 동시에 위험을 극복하는 데에도 교묘함을 뜻한다.
아마추어로서 어느 정도 강해지면 접바둑은 재미가 없다든가 심지어는 바둑이 나빠진다는 이유로 두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그럴 듯한 면도 있으나, 두는 태도에 따라서는 그것도 효과적인 공부가 된다는 것을 알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실은 우리들 전문가도 아홉 점을 접고 보면, 두기는 두지만 별로 재미가 없다.
재미가 나는 것은 역시 여섯 점이나 다섯 점 바둑부터라고 하겠다.
덧) 큰곰유니님께.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아서 몇 자 적습니다. ㅎㅎ
이 글은 제가 직접 번역해서 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60년대 육민사에서 출판한 '坂田의 바둑' 한국어판에서 그대로 옮겨 적을 뿐이지요.
흘러간 옛 어휘나 어색한 한자어를 고쳐쓰고 문장을 조금 다듬는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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