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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하오. 그 2등의 운명

ㄹㅇㅇㅇ(118.91) 2007.11.01 16:45:35
조회 360 추천 0 댓글 3



박치문 선생님 칼럼 퍼왔는데...  참 공감이...  ㅠㅠ
예전에 홍진호 선수 팬이어서 읽다가 좀... 울컥 했네요..
창하오 파이팅!!  흑흑 ㅠㅠ

근데 이후로 응씨배랑 삼성화재배 먹은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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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 대단하다.”

“한국기사들 정말 무섭다.”

치열한 백병전으로 도요타덴소배 우승을 일궈낸 이세돌 9단과 한국바둑에 대한 감탄이 쏟아지고 있다.

1.jpg 그 강렬한 승리에 비해 패자 창하오(常昊) 9단은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한중일의 1천명에 달하는 프로기사 중에서 2등은 참 잘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창하오는 10등이나 20등 하는 기사들보다 훨씬 불행해 보인다. 참 신기한 것이다. 10등 20등은 고사하고 50등 이하도 행복한 얼굴인데 왜 2등은 불행해야 하나.
생애 6번째 2등을 한 창하오에게 수많은 바둑팬들이 연민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같은 프로기사들조차 “창하오는 너무 착해서 1등을 할 수는 없습니다.”고 말한다.
승부세계는 독한 자만이 왕좌에 앉을 수 있다. 창하오는 비록 좋은 실력을 지녔으나 그 같은 성품으로는 결코 일인자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1)
권력 세계에선 2등은 위태로운 자리다. 종종 깊은 우물 속에 던져진 돌처럼 영영 사라져간다. 샨사가 쓴 ‘측천무후’라는 소설을 보면 왕좌의 자리를 엿보는 측천무후의 일가친척은 물론 오빠나 아들들까지 대부분 죽음을 맞이한다.

권력의 최정상 부근에 존재하지만 1등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1등을 노리려다가 비참한 죽음을 맞는 얘기는 역사에서 흔하다. 승부와 권력은 닮았다. 그런 관점에서 승부세계의 2등은 20등보다 불행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2등이 20등보다 불행하다는 건 사실 언어도단이다. 골프의 최경주는 US오픈에서 3등을 하고도 신문마다 대문짝만하게 나왔고 많은 찬사를 받았다. 골프의 1등을 놓고 타이거우즈와 싱이 경쟁하고 있지만 누가 1등이고 2등이냐에 상관없이 그들은 자신만만하고 행복하며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긴다. 골프 동네는 모두들 그들을 본받으려고 한다.

그런데 창하오 9단의 경우는 반응이 영 다르다. 바둑계 사람들은 그를 연민하며 때때로 “바)보 같은 창하오”라고 말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2등만 여섯 번 했기 때문일까. 1등을 할만한 실력인데도 계속 2등만 하기 때문일까.

2등은 3등이나 4등보다 낫다. 10등이나 20등과는 까마득한 차이다. 그러나 1등을 할만한 사람이 2등을 계속하면 어느 날 10등이나 20등보다 불쌍해진다. 이런 느낌이 사실은 착각이고 순전히 심리적인 것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2)
1국을 진 창하오 9단이 2국에서는 승리했다. 2국이 두어지던 날, 필자 역시 신문기사에서 창하오가 이길 가능성이 더 높다고 썼다.

이유는 단순하다. 창하오는 실력은 있지만 우승이 다가오면 떤다. 과거 조훈현 9단이나 이창호 9단과의 수많은 결승?鰥【? 반복해서 드러난 창하오의 약점이다. 그는 이판만 이기면 우승이다 싶을 때 차마 결정타를 던지지 못한다.

반면 마음을 비우면 바둑이 아주 부드러워지고 장점이 발휘되면서 쉽게 승리하곤 한다. 1국을 진 창하오는 적어도 우승컵 때문에 떨 일은 없다. 그래서 2국은 실력이 발휘될 것으로 봤다.

아니나 다를까. 2국은 거의 완벽한 창하오 9단의 페이스였다.

1대 1이 되고 바로 그 다음날인 8일 최종국이 열렸다. 이세돌은 창하오보다 7살이나 더 젊지만 체력적인 측면에서 결코 우위에 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이세돌은 예민하고 단기 집중력은 뛰어나지만 지구력은 약하다. 바로 그 점에서 연이은 강행군은 이세돌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해보였다.

그러나 최종전이 되자 이런 문제들은 모두 소소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창하오 본인이 지닌 치명적인 약점, 즉 우승이 다가오면 흔들리고 마는 그 결정적인 약점이 승부 전체를 지배했던 것이다.

  (3)
최종전에 패배한 뒤의 인터뷰에서 창하오는 말했다.

“유감이다. 정말 유감이다. 내가 우세한 바둑이었고 중반 한때는 크게 좋았었다.”

그는 또 말했다.

“(심리적 압박감에서) 나는 벗어나고 싶었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우세한 국면이 나를 소극적으로 만들었고 내가 소극적이 되자 이세돌은 더욱 강하게 나왔다.”

결승 최종국에서 우세한 창하오가 결정타를 던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모습과 죽음을 불사하고 적진으로 돌격하는 이세돌의 모습이 크게 대비되었다. 용기와 투혼, 배짱의 화신이라 할 이세돌은 그 바람에 수많은 위기를 맞이했다.

만약에 창하오가 그런 위기를 맞이할 각오가 되어있었더라면, 실제 그런 배짱을 단 한번만이라도 보여줬더라면 승자는 창하오였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실력은 누가 좋다는 얘기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실력은 창하오가 못하지 않은데  승부에서 졌다는 얘기 아니냐고 반문하고 싶을 것이다.

맞는 얘기다. 창하오 역시 일인자는 이창호라고 거듭 강조함으로써 내 위의 실력자로는 이창호 한사람만을 인정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승부세계는 강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다. 바로 이점에서 창하오의 패배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4)
4.jpg이창호 - 조치훈 두 사람이 맞선 동양증권배 세계대회 결승전이 생각난다. 벌써 10년도 넘은 옛날 일이지만 이 대회가 잊혀지지 않는 것은 그 드라마틱한 승부결과 때문이다.

결승 1국은 이창호의 반집승. 조치훈 9단이 절대 우세한 바둑이었으나 막판 초읽기에 몰린  조 9단이 무려 5번에 걸친 실수를 거듭한 끝에 반집을 진 것이다.

그날 밤 제주도 바닷가 횟집에서 소주 한잔을 마시며 조치훈은 이창호의 스승인 조훈현에게 “제자에게 자꾸 져주는 것은 제자를 잘못 가르치는 것이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유머가 섞인 이 발언에는 “이창호는 아직 강하지 않다.”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사실 그날 승부에서 조치훈이 지긴 했지만 내용에서는 압도했었다.

5.jpg고수들은 서로 몇 합을 겨뤄보면 상대의 무공을 느끼게 된다. 그때 조치훈은 18살의 이창호가 아직 자신의 적수가 아니라고 믿었던 게 틀림없다.

하지만 이 결승전은 이창호의 3대 0 완승으로 끝나게 된다. 우여곡절 끝의 승부였고 기막힌 스토리가 있는 승부였지만 스코어만 보면 이창호가 일방적으로 이긴 것도 틀림없었다.

그 후 조치훈 9단은 이창호에게 연전연패를 거듭하게 된다. 조치훈 같은 최고의 승부사도 이창호에게만은 정신적으로 밀리고 말았던 것이다.

  (5)
3.jpg벌써 5번째 우승이다. 이세돌 9단의 나이는 새해 들어 만 22세. 그는 여섯 번 세계대회 결승에 올라 딱 한번 지고 5번 우승했다. 4년 전에 벌어진 맨 처음의 결승전(LG배)에서 이창호 9단에게 2대 3으로 진 것이 유일한 패배였다.

승부호흡이 거칠고 사납다 해서 다 승부가 강한 것은 아니다. 이창호 9단은 이길 바둑은 반드시 이기는 사람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바둑은 사납지 않다.

그러므로 정신력과 기풍은 별개다. 창하오가 이세돌과의 최종전에서 우세했던 것은 틀림없다. 이세돌 쪽에서 판을 흔들며 거듭 강수로 나올 때 결정타를 던질 수도 있었다. 또 다른 코스를 말한다면 이창호 식으로 조용히 타협하며 이길 수도 있었다.

하나 가슴이 떨려서는 어떤 코스를 가도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창하오의 패인은 여기에 있었다. 단호함, 차분함, 열정 등 승부에 필요한 수많은 미덕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진정한 강자라면 결정적인 순간 스스로를 내던질 용기가 필요하다. 창하오는 이번에도 그 용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창하오는 또 졌고 이 때문에 앞으로도 거듭 질 가능성이 있다. 성격은 운명을 만든다. 문득 창하오는 2등의 운명을 타고났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창하오의 바로 이 같은 측면을 연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http://www.onbadook.com/magazine/column_view.asp?table=column01&m_no=47&page=2&searchCopnt=&KindS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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