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처음시작해서 한판을 꾸리기에도 꽤나 많은 것을 알아야 하고, 초보가 볼만한 책과 고수가 볼만한 책 사이에 간격이 워낙 커서, 1급이 되기 위해서 추천하는 책은 바둑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전혀 적합하지 않기 마련입니다. 제가 책욕심, 자료욕심이 많아서 이러저러한 책과 자료를 쌓아뒀습니다만, 아직 저의 실력(타이젬1단)에는 요원한 수준의 책이 대부분입니다. 혹시 바둑을 시작하기가 어려운 분들이 조금더 쉽게 바둑의 맛을 느끼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밟는 것이 좋을지 스스로의 시행착오에 비춰서 정리해봤습니다. 초심자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바둑의 룰은 알고 있는데, 어떻게 둬야할지 모르는 분에게는 바둑개론(조남철)을 추천합니다. 입문책도 아니면서, 정석, 포석, 행마, 끝내기를 한권에 다 다루고 있는 책은 거의 유일하며, 가격도 착합니다. 이 책 한권본다고 초보딱지를 떼지는 못하겠지만, 바둑 한판은 둘 수 있게 될 것입니다.

2. 포석, 정석 공부로 고수가 되고 싶다....이런 분들은 박영진사범의 타이젬 포석강좌 VOD(약 360강)을 추천합니다. 실제로 박영진 사범 강좌를 4달동안 필기하면서 공부해서 타이젬 3단에서 7단으로 올랐다는 분이 있다고 합니다. 맥과 사활과 같은 수읽기는 혼자서 공부해야 하는 것이지만, 정석이나 포석은 혼자 공부하는 것이 심하게 비능률적인 것 같습니다. 고수가 이러저러한 설명으로 짚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타이젬 사이트에서도 공짜로 볼 수 있으며, 어둠의 경로로 240*240 사이즈로 구할 수 있기 때문에 pda나 pmp에 담아서 보기 좋습니다. 제 경우에는 화점편(약 80강)만 두번정도 봤는데, 제 동급과 둘때 화점포석에서는 초반에 거의 밀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접바둑 둘 때도 유용함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3. 시중에 나와있는 사활책이 초급사활과 묘수풀이 사이에 수준차가 심해서 초급사활 한권밖에 아는 것이 없다는 분들, 또는 사활책이라고는 본 적이 없다는 분들은 혜원출판사의 초급사활, 역전사활, 실전사활(임해봉)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각권당 200문제씩 수록되어 있고, 문제내용도 상당히 충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초급->역전->실전 순으로 다 본다면 묘수풀이나 고전사활시리즈의 문턱 수준까지는 도달할 것 같습니다. 사활을 처음 접하는 분들은 초급사활(이창호)을 보고나서 임해봉사활을 푸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4. 중반의 침입과 공격에 관해서는 필승중반전략 침입편, 공격편(조훈현, 바둑서당)이 잘 나와있던 것 같습니다만, 박영진사범 VOD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4. 지금 생각해보면, 괜히 이런저런 책들 사모으는데 돈, 정력 낭비할 것 없이 현현각양지에서 나온 학원용 문제지를 단계별로 푸는 것이 기력향상에 가장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정도만 다 공부해도 어디가서 바둑이 취미라 말할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좀 더 실력이 늘면, 타이젬 1단에서 5단즈음으로 느는 데 필요한 교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소개하겠습니다. (이렇게라도 말을 해놔야 열심히 공부해서 늘지 않을까 싶어서 해보는 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