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7단 승단이 좌절된 후 세컨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글로벌이라 3단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내가 니 대마를 잡아주마'라는 교만한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대마를 잡으려고 여기 저기 들쑤시다보니 제 말도 많이 약해졌습니다.

이기긴 이기지만 겨우겨우 아슬아슬하게 이기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래서 작전을 바꾸었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두어나가다가 상대가 완착을 둘 때마다 손빼서 큰 자리를 가고, 상대가 제 큰모양에 들어오면 공격해서 이득을 보았습니다.

그러자 굳이 대마를 잡지 않더라도 넉넉히 이기게 되더군요. 

5단에 와서도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욕심을 부리는 판은 지거나 아슬아슬하게 이기고

차분하게 두는 판은 넉넉히 이겼습니다.

그러다보니 황선희님과 두었던 지도대국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대국들에서 황선희님은 절대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제가 치석을 이용해 앞서 나가더라도 조급해 하지 않고 계속 둬나가다가 제가 30점짜리 수를 두는 순간! 날카롭게 찌르고 들어왔습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6전 6패? 7전 7패? 어쨌건 황선희님께 전패를 하였습니다.

'아, 이젠 느긋하게 둬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숱하게 급하게 두지말라는 충고를 들었음에도 고치지 않았는데 단 한 번의 깨달음으로 바꿀 생각이 드는군요.

역시 모든 변화는 자신에게서 시작되는 듯 합니다.

'6단이라는 새끼가 그걸 이제 알았냐'고 하시면 뭐 할 말은 없습니다.

이로 인해 기력이 늘지 안늘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스로 변할 마음이 들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다른 분들에게도 이런 순간이 오길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