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에 붙으면

남은 대학생활 1년간을

온전히 바둑공부에만 쏟을 수 있다

학점이 필요없다 이젠

팀플도 쌩까고 기본적인 출석과 시험에만 참석해서 D를 받아도 된다

도장에 가거나 프로사범님께 배워야겠다

집에서의 발언권도 커질테니까

학교 근처 원룸 자취방 하나 잡고

바둑연구소로 써야겠다

입사하면 회사 기우회가 있을 테지

아마 쓰러져가는 곳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들어감으로써 다시 살려낼거다

그래서 BASSO배 직장인 바둑대회에서의 우승을

내가 견인하는거지

하지만 상사 중에 좆같은 놈이 바둑을 둔다면

13급 행세나 하며 은둔하고 살아야겠다

시험에 떨어지면

나는 떨거지다

예비 백수다

바둑은 계속해서 공부할테니 기력은 늘어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주위사람들은

바둑은 잘두는데 저새끼 개병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라고 하겠지

그리고 나면 난 자괴감에 빠질거다

내 삶이 부정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바둑으로라도 내 존재 의미를 인정받기 위해

여러가지를 깨작거리겠지

여기다가 바둑강좌글도 쓰고 산골총각처럼 타이젬강의도 할 거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개병신이겠지

바둑때문에 슬프고

슬퍼서 바둑두고 바둑공부하고

또 슬퍼지고

반복하겠지

난 마인드를 만들어가고있다

이것은 나의 큰 승부다

합격 여부에 따라 나는 바둑을

행복하게 둘 수도 있고 불행하게 둘 수도 있다

난 큰 승부에 강하다고 생각한다

찌끄래기 기전은 싹 갖다버리고

일년에 네 판만 이겼던 후지사와처럼

아 물론 나와의 비교는 그 분께 실례다

개차반으로 살았다

수많은 패배가 있었다

하지만 그 패배는

나에게 소규모 기전이었을 뿐이다

이것이 나의 큰 승부다

곧 닥친다

난 이긴다

내가 살아남아서

아마추어 바둑인으로서 활동하는게

한국바둑계로서도 큰 이익이다

난 꽤나 유명해질 거 같다

나만큼의 안목과 식견을 지닌 자는 없기에 그렇다

난 그 정신을 알고 있다

썩어빠진 바둑팬들과는 다르다

이 큰 승부는 곧 시작이다

난 이겨야 한다

이기고자 맘먹고 달려들 때 기어코 이겨버리던

이세돌의 발톱이 필요한 때다

난 이것으로

지난날의 개병신쓰레기삶을 청산하겠다

말그대로 건곤일척이다

난 나를 던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