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귀-변-중앙 순서로 두어나가는 패러다임이 어느정도 작동하고 있었지.

왜 있잖아 ㅋㅋ 귀는 집짓기 제일 쉽고 중앙은 가장 어렵다고. 다들 그렇게 배우지 않았어?

그런데 덤이 6.5가 되고 흑이 모양바둑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근간이 흔들리기 시작했지.

즉 귀의 부분적 정석보다는 귀-변이 혼합된 초반형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어.

요즘 기보를 많이는 안 봐서 모르겠는데, 마지막으로 관심을 갖던 시기(2010년 정도)의 포석 대세는

미니중국식변형과 낮은중국식 정도였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지?

이 상황에선 초반에 부분적 모양이 정리되는 일이 적고 큰 진영이 형성되고 파괴하는 스타일의 포석이 사용되기 쉬울 수 밖에 없다.

과거 모양바둑은 3연성이나 높은중국식이 대표적이었는데 현재의 변형중국식과는 좀 달라.

3연성이나 높은중국식은 침투의 급소와 삭감의 깊이가 이미 정립되어 있어.

그런데 요즘 변형중국식은 상대가 걸쳐올 장소를 허용하지 않아. 귀를 화점이 아니라 소목으로 차지하고 있는데, 모양바둑을 펼치기 때문이지.

그런 상황에서는 타협을 통한 정석형보다는 곧바로 수읽기능력에 의존하는 전투가 벌어지는 일이 잦아지는게 당연해.

즉 귀-변-중앙의 순서로 두던 예전과 달리 귀-변을 하나로 미정립된 모양으로 싸우는 것 같아.

이렇게 전투가 벌어지면 구경하기엔 재밌을지 모르곘지만 유불리는 판명하기 어려워져. 한 수로 흔들리기 때문에.

그래서 요즘 초반 바둑이 더 어려운 것 같아. 과거엔 정형 포석을 바탕으로 집계산을 하거나, 수나누기를 통해 유불리를

판정했는데 요즘은 정형이 없으니 수나누기를 사용하기도 어렵고, 모양은 형성되어 있되 전투가 벌어지기 때문에 집을 셀수가 없기 때문이지.

그런데 이런 글을 쓰다보니 어쩌면 그냥 내가 구세대의 바둑을 배웠기 때문에 요즘 바둑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도 같다.

요즘같은 혼란기는 결국 중국아해들이 어느정도 경제성장을 이루며 바둑책을 쏟아내 정리한다면 또 다른 포석형이 도출되고

다시 패러다임의 안정기로 접어들 수 있을것 같아.

대신에 예전처럼 정석만 외워서는 초반이 해결이 안 될테니 포석변화형을 잘 외워야 할 것 같아.

결국 바둑이 발전하면서 초반은 점점 어려워질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나중엔 귀-변-중앙따위 나누지도 않고 포석이 진행되지 않을까?

일본애였나 쑤야오궈였나... 5의7 포석이 그런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싸지른 글 접을란다.

세줄요약

1. 덤 늘어나면서 걸침을 허용하지 않는 모양바둑이 대세.

2. 타협이 불가능해 전투가 벌어지고, 새로운 모양이 많아 유불리 판단 어려움.

3. 일시적으론 중국이 해법을 제시해줄듯, 다만 미래엔 초반이 더 어려워질듯.

즉, 결국 힘센놈이 장땡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