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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더 우월한가

ㅇㅇ(27.32) 2014.10.06 14:35:26
조회 1056 추천 6 댓글 8

바비 피셔를 찾아서..

물뚝심송

서양장기.. 체스는 매우 허접한 게임이다.

그러나, 바비 피셔, 조쉬 웨이츠킨, 게리 카스파로프.. 앞에 둘은 미국의 체스 영웅이고 뒤는 러시아의 체스영웅이자 마지막 체스영웅이다.



스타크래프트가 국민게임이 되고, 리니지가 떼돈을 벌고, 카트라이더가 천만 사용자가 넘더라도 게임은 모름지기 게임다워야 하는 법이다.


인류가 만들어낸 제대로 된 게임을 들자면 뭐니뭐니해도 바둑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확률이나 사기에 의존하는 카드나 화투등은 물론 비교대상도 아닐 것이며, 라이벌인 장기, 체스, 오델로, 등등의 모든 게임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무궁무진한 게임이 바로 바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바둑이 지나치게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집안의 형님들은 모두 바둑의 광팬이다.


돌아가신 아버님이야 겨우 5급밖에 안되는 실력이셨지만, 형님들은 아마3단에, 3급에, 초단에.. 모두 한 바둑한다. 특히나 큰형님의 경우는 바둑을 좋아해서 대학시절 기원에 가 있다가 할아버님께 몽둥이로 두들겨 맞기도 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거기에 큰형님과 둘째 형님이 바둑을 두다가, 옆에서 훈수를 두던 세째형님이 못마땅해져 버린 둘째 형이 세째 형의 머리를 두치두께의 바둑판으로 내리쳐서 머리가 깨졌던 사건은 집안의 유명한 일화이다. 그날은 바로 큰형수가 시집을 온지 사흘도 안된 날이었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신혼이라고 남자들이 드글드글한 집에 시집을 왔는데 형제들끼리 바둑 두다 말고 머리를 깨뜨려서 방바닥에 피가 흥건한 집안이라....


그 날로 도망 안간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국민학교 들어가자 마자 형들은 나를 붙들고 바둑을 가르치려고 했던 기억이 있다. 어려서부터 바둑판을 가지고 놀던 나였기에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난 바둑을 배우지 않았다. 물론 바둑을 두는 법은 배웠다. 워낙 쉬우니까.


그러나 홀짝이나 오목, 장기, 으찌니쌈 같은 그래도 조금은 이길 확률이 있는 게임과는 달리 도저히 이길 가망이 없어 보이는 바둑을 제대로 공부하지는 않은 것이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바둑은 도박에 불과하다는 할머니의 엄한 가르침이었기는 하다. 사실은 지고 싶지 않은 결벽증때문이지만 말이다.


결국 아마3단 공인단증까지 있는 사업 파트너와 꽤 오랜시간 일을 하면서도 바둑을 두는 법은 배우질 못했다. 겨우 남들의 바둑을 대략 보는 수준 밖에는 얻은게 없는 것이다.


굉장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바둑에 빠졌으면 패가망신 했거나, 아니면 돈 못버는 기원 사범이 되었을테니 말이다. 난 지금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우리집안의 승부사 핏줄이 싫다.



근데 체스 얘기 하는척 하더니 무슨 바둑 얘기만 하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그렇게 무궁무진한 바둑에 비하면, 체스는 무척 단조롭다. 말들이 움직이는 길은 장기와 유사하다. 다만 말들이 생긴 모습이 조금은 더 예술적일 뿐이다. 납작하고 각진 말에 한문글자 하나씩 휘갈겨 놓은 장기알이나, 모든 돌들이 똑같이 생긴 바둑돌에 비하면 뭔가 클래시컬한 맛이 있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거기에, 체스에 결정적으로 흥미가 생겨버린 것은 바로 바비 피셔라는 인간때문이다.


13살에 체스를 배우기 시작해서 그해에 전미 쥬니어 챔피언이 되고, 15살에 전미 챔피언이 되어 버린, 체스계의 전설이다. 그리고는 그 살벌한 냉전시대에 러시아의 세계 챔피언 보리스 스파스키(이름 죽인다..)를 25살의 나이로 꺽어 버리고 미국의 영웅이 된 인간이다. 물론 그 챔피언전의 도전권을 따내기까지 기적의 20연승을 거두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아직도 전설로 불리우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체스 경기 기록을 남긴 인간이다.



뭐 이 정도 가지고 무슨 흥미를 끌겠는가..


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그는 참 싸가지 없는 행동을 보였다.


온갖 불평과 핑계를 남발하며 게임을 거부하고 개막식에도 불참한다. 결국 안달이 난 미국시민들을 위해 그 유명한 헨리 키신저가 직접 경기를 부탁할 정도였다. 게임머니가 부족하다는 핑계에 런던의 체스 애호가 한명이 무려 12만 5천불을 기부해서 상금을 두배로 올려 주기까지 한다. 결국 그는 첫 게임에서 그야말로 멍청한 수를 연이어 두면서 져 버리고, 두번째 게임은 아얘 나타나지도 않아서 기권패를 하게 된다.


그런데 과연 그런 행동은 보리스 스파스키를 열받게 만들어 평정심을 잃게 하기 위한 전략적 행동이었을까, 아니면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스파스키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이었을까..


결국 아이슬랜드에서 벌어진 이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7승 3패 11무승부로 피셔가 승리하게 된다. 세번째 게임부터 보여준 피셔의 수순은 예술의 경지에 이르는 작품들이었다.





그래서, 이 정도면 흥미를 끌겠는가?


아니다. 진짜 흥미를 끄는 것은 그 뒤의 행동이다.


챔피언이 된 그는... 사라져 버렸다.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고 72년도에도 선수권을 땄으니 체스는 두긴 둔 모양이다. 그러나 72년 이후로는 단 한판의 체스도 두질 않는다.


그리고는 완벽하게 사라져 버렸다. 대한민국 예비군들에게 배웠는지 참 잘도 짱박혔다는 것이다. 어딘가에..


그리고는 별 시덥잖은 독설을 흩뿌리며 전세계 여기 저기서 나타나곤 한다. 유태인들이 자기를 죽이려 한다는 둥, 911 테러가 어쨌다는 둥, 결국 국적등에 관한 규정 위반으로 범법자로 몰려서 12년간 수배를 받다가 지난해 7월 13일에 일본에서 체포된 것이다.
 


자기 어머니가 유태인인데, 유태인들은 모두 죽일놈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일견 동의한다. ㅎㅎ), 911 직후에 진짜 멋진 일이라고, 팔레스타인에서 학살을 주도하던 미국을 한번 싹 쓸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많이 동의한다. ㅎㅎ)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면, 결국 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체계적인 정보에 의한 교육을 받지 못한 청소년이 역사의 뒷면을 발견하고는 분노를 표출시키는, 그런 단순하고 편향적인 인간형이라는 것이다. 아니면 위대한 예술혼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다만 그는 위대한 체스머신인 것이다.


그래서 흥미가 간다는 것이다.



하여간 바비 피셔는 시간대를 초월한 체스의 챔피언이고, 그의 체스는 아름답다.


그래봐야 바둑의 영웅들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독일의 클럽챔피언을 체스를 처음 둬보는 조훈현이 두판만에 이겼다거나, 돌부처 이창호가 전세계를 가볍게 제압한다거나, 혼자서 9명을 일렬KO시킨다거나,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바둑얘기등을 비교해 보면 이따위 불완전한 영혼을 영웅으로 두고 있는 체스와는 수준차이가 날 것이다.


그러나 체스는 단순해서 좋다는 것이다.


얼마나 단순하냐면, 최후의 체스 영웅 카스파로프가 IBM의 고철덩어리 "딥블루"에게 완패를 할 정도로 단순한 것이다.


그의 말을 빌면, 커튼뒤에서 역사속에 존재했던 모든 체스고수들이 모두 모여서 회의를 하면서 두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다.



영 피셔라고 불리우는 조쉬는 이런 말을 했다. 체스는 체스말하고 두는 것도 아니고, 체스보드하고 두는 것도 아니며 오로지 상대와 두는 것이라 했다. 내 의도를 들키지 않고 상대의 의도를 간파하는게 게임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조쉬의 강의로 체스를 배웠는데, 그의 놀라운 체스능력과 수를 읽고 설명하는 실력은 정말 놀라왔다. 그러나 그는 체스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상대와의 승부가 목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아름다운 체스가 목적이라기 보다는 체스를 이용해서 상대를 꺽고자 하는 승부욕의 화신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이래서는 멋지지 않다.



결국 난 체스를 배우게 되었고, 이런 저런 수를 배우고, 시작하는 법, 중반 전술, 끝내기등을 배웠다. 아직도 사람하고는 한판도 안두어 봤지만, 나름대로 초급은 되는거 아닌가 싶다. 나름대로 체스의 이런저런 면모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 중 제일 중요하고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체스는 말의 생사보다는 포지션이 중요하다. 적절한 형태를 갖추는 것이 말 몇개 죽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며 승부에 직결된다.



이 점이 바로 오늘날 우리의 정치현실에 가장 유사하다.


정치적 행동에 대한 분석을 하기에는 체스 모델이 가장 적절하다. 바둑처럼 수준높은 게임으로는 도저히 현실 정치의 모델을 삼을 수가 없다. 우리의 정치인들이 그리 똑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서너수만 앞을 볼 수 있어도, 충분히 예측가능한 행동들을 한다. 심지어 바로 다음수를 못보고 퀸을 죽여 버리는 집단도 있다. 자신이 소모품으로 소모되는 폰(장기에서의 졸)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마치 나이트나 루크(장기의 마나 차)정도 되는 줄 알고 설치는 젊은 정치인들도 있다.


우리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역사속에서의 "시대정신"을 읽고, 그 시대정신이 우리와 함께 하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바로 역사속에서의 포지션이 우리들이 지지하는 몇몇의 정치인들의 정치생명보다는 훨씬 중요하다는 말이다.



여러 바둑 커뮤니티 기웃거리다 보면, 가끔 이런류의 글을 쓰는 사람들이 보임. 바갤에서도 타이젬바둑 두자리 급수 달고 있으면서 장기나 체스 따위 운운하던 분도 계셨고. 글에서도 보듯이 보통 그런부류는 장기나 체스 급수는 고사하고 바둑도 어정쩡한 경우가 대부분. 오히려 바둑 잘두는 사람들이 그런 경우는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두개를 비교하려면 두개다 어느정도 기력을 유지하고나서 해야되지 않나 싶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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