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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에 올라온 바둑 ssul

.(137.110) 2014.07.15 21:24:33
조회 2860 추천 2 댓글 19

공부하다 머리도 식힐겸, 어깨너머로 배운 바둑 실력으로 인터넷 바둑을 종종 둬 봤다. 대충 인터넷 기력이 6급에서 9급을 오락가락하더만. 인터넷 급수에서 5~ 7을 더하면 기원 급수에 가깝다하니 실제 내 기력은 10급도 안되는 거다. 거기다 단으로 올라가면 인터넷 구단이 대충 기원 1~2급 수준이라 한다. (물론 일부 막강한 온라인 9단들은 제외)

온라인으로 재미삼아 두는 기우들은 잘 알겠지만, 급 실력들은 단들을 보면 일종의 경외감을 갖는데, 고단자(7~9단)들이 지도 대국이라도 해준다 하면,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존슨같은 성격과 승부욕이 유달리 강한 내가 한번은 인터넷 9단까지 가보자는 심산에, 하던 공부를 뒤로하고 6개월 단기 계획을 수립? 바둑공부를 시작했다. (바둑 배우면 머리 좋아진다는 미신도 한 몫했음) 바둑사이트 9단들의 조언으로 일단 헌책방에서 초반, 중반, 끝내기 3권, 정석 1권, 기보집 1권 이렇게 구입하곤 아침부터 밤까지 수험생처럼 공부하기 시작했다.

 

책을 통해 공부해 보니, 그 동안 내가 뒀던 바둑은 한마디로 생각없이 두는 오목 수준이였고, 한수 한수가 얼마나 중요한 가를 깨닫기 시작한다. 한달 정도 되어 책을 두번째 반복할 쯤엔, 까마득하게 높아뵈던 초단자들은 기초도 부족한 손따라 기차바둑이라는 사실을 알게됀다. 두달이 넘어가고 석달째 그러니까 책을 네번 정도 반복할 쯤, 인터넷 급수가 5~6단을 찍는다. 그리고 고단자들과 둘 때도 갸들이 한수라도 방심하면 곤욕을 치르게할 실력이 되었다. (가끔 9단들과 친선으로 이긴 적도 여러번 됌. 웃긴 건 그 하늘처럼 높아 보였던 8,9단 중에도 기본적인 수를 이해 못하는 애덜이 의외로 있더라는 거다.) 내 기간과 과정은 바둑을 처음 접하는 게이들도 아마 비슷할 거다.

 

물론 그 사이에 바둑tv니, 인터넷 뒤져가며 정수에 관한 공부도 병행했는데, 예상외로 바둑 공부량이란 내 상상을 초월하여 날 당황스럽게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후 회의에 젖기 시작하는데, 이유는 이렇다.

 

바둑이란 잡기의 특성상, 공부를 게을리해선 유지했던 기력이 금새 한없이 추락한다.(바둑다운 바둑에서 예전의 돌바둑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추락)

고로 기력 높이는 건 고사하고 어느 선에서의 기력 유지만을 위해서도 바둑책을 떼놓고 살아선 안됀다.

 

바둑은 돌의 효율성을 가장 강조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효율성 측면에서 프로를 제외, 일반인들을 곤혹스럽게한다. 바둑에 투자하는 시간, 노력등의 인풋이 엄청난 반면, 생활에서의 아웃풋은 너무 초라하다. 물론 생활에서의 효율로 따진다면야 모든 잡기가 영(zero)에 가깝지만 내가 볼때 바둑은 그 정도가 유달리 심하다. 여러가지 공부를 해왔지만, 공부한 것 중에서 첨으로 회의를 갖고 중단한 게 바로 바둑이다, 다른 건 그 동안 공부한게 아까워서 끝까지 완주한 반면, 이건 시간빼먹는 하마라는 느낌만 들 뿐, 성취감이니 결실?같은 건 누구에게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초라하다. 난이도 높은 책을 구입하고, 서너달 정도 더 공부하면, 그 사이트에서 9단 밎 지도 대국할 수준까지 올릴 수 있을꺼 같았지만, 일찍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내 다른 공부할 시간과 여가시간을 블랙홀 처럼 빨아들였고, 더구나 바둑배우면 두뇌 발전에 좋아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한마디로 개소리다. 바둑머리만 따로 생길 뿐이다. 오히려 자꾸 바둑돌이 떠올라 공부에 방해만 되더라. ㅋ (누우면 천장에 바둑돌이 보이는게 당구와 비슷함 )

 

 

지금은 바둑책 홀라당 폐지줍는 할머니 드렸고, 모든 바둑사이트에서 탈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침 저녁 운동도 해가면서, 잡기에 정신 줄놓았던 시간을 바둑이 가르쳐 준대로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가끔 바둑배워요 말아요 하는 질문을 받는데, 내 대답은 이렇다. 시간이 차고 넘쳐 어찌할 줄 모르는 게이에겐 바둑만큼 좋은게 없다. 저 비용으로 많은 시간 몰입할 수 있는게 바둑이기 때문이다.

 

바둑애호가들이 내 글보면 바둑을 폄훼했다고 격분하겠지만, 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니 적당히 욕해라.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올리는 곳 아니노?

 

한가지 재밌는 사실, 바둑 공부법이 정통 영어 학습법과 유사하다는 거에 놀랐다. 아마도 바둑 고수들이 바둑 공부했듯이 영어 공부를 한다면 금방 효과를 볼 듯. ㅋ

 

 

한줄 요약  : 시간이 찰찰 넘치고 주머니가 텅빈 게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잡기다.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바둑관이 그대로 드러나네요

시간남는 늙은이들의 잡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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