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PC 통신 시절의 일입니다.  소위 온라인 바둑이 막 시작되던 시절이죠.
모뎀으로 지지직 연결해서 바둑 두다가 끊어지면 다시 만나 복기해서 두고
하던 시절입니다.  바둑동이 막 생겨나던 시절이기도 하죠.

저는 한 통신회사에 생긴 바둑동호회에 참여했었습니다.   각 지부도 만들고
내부적으로 승급대회도 개최하고 했죠.  일반실 기력은 하도 인플레가 심해
저희 동호회원끼리는 별도로 급수를 관리했으니 일반 기원급수와 동일한 수
준이라 생각합니다.  오프모임도 많았는데 프로 초청 대국도 여러번 하고
 또 각 지부간 대회 및 타 통신회사와의 교류전 등이 기억납니다.

저도 임원을 맡고 있었고 하다 보니 동호회에 아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분들 중 한 분에게 들은 일화입니다.  이 분은 한국기원도 어슬렁 거리며
개인적으로 프로들과 관철동서 술자리도 자주 갖고 했다는데 지금 언론에
계십니다만 뭐 밝힐 필요는 없구요.


이분이 낭인 시절에 (80년대를 기억하시나요?) 아내 덕으로 먹고 산 적이
있었답니다.  그떄 가끔 동네 기원에 갔는데 기원에 아주 고약한 사기바둑
두시는 분이 있었는데 완전 구두쇠에 얌체 스타일이었던 모양입니다. 나이도
많았다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력은 3급 수준인데 7급으로 행세하면서
새로 오는 사람이나 잘 모르는 사람들 살살 약올려서 내기바둑 두곤 하는데
기원에 알만한 사람은 다 알아서 피하고 당연히 이 분도 상종을 안했답니다.

그런데 한번 서로 사소한 계기가 발전되어 말다툼으로 번지고 급기야 내기
바둑을 두게 되었답니다.  늦은 시간이었는데 둘이 큰 돈을 걸고 (백만원으로
기억합니다) 두다 보니 구경꾼도 모이고 하여간 큰 시합이 되었답니다. 이 분도
기력도 자기가 앞서고 또 내기바둑도 어느 정도 경험 있다보니 한번 당해봐라
는 심리가 발동했답니다.

좌우간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며 종국을 향해 가는데 계산해보니 두집 이기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슬슬 싸발라서 결국 계가를 하고 보니.. 오히려 한집 진 것
으로 나왔답니다.  이 분은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며 복기해 보자니 그 사람은
빨리 돈 내놓으라며 펄펄 뛰고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구경꾼들도 의아해하며
복기 함 해 보자고 거들고 하는 판국인데 갑자기 이 사람이 웨웩 토했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토사물에 뭐 짜장면 건더기에 커피 마신 것 등등 쏟아져 나왔는데 그 속에서
바둑알 세개가 있더랍니다.  계가하는 와중에 슬쩍 입에 넣었던 모양입니다.
이 분 계산대로 두집 승인데 세알이 사라지다 보니 한집패가 된 거고 그 사람은
당연히 복기를 거부한 게죠.  결국 그 얌체는 이 일로 그 기원을 떠나 다른 기원에
 정착했다 하더라구요.  믿거나 말거나죠..


지금 그 분이 혹시 이 글 보시는지 모르겠네요. 또는 이 일화를 아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생각나서 주절거려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