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바둑갤러리에 신규유입분들이 많아지면서 바둑을 처음보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이해를 돕기위한 글입니다. 바둑에서 기초적인 개념정도만 알아도 더 다양하고 유의미한 글들이 많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글이 길다 싶은 분들은 각 주제마다 한줄요약도 달아놨으니 제목과 요약만 봐도 대략적인 느낌은 알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접바둑에 대하여

  바둑에서 실력차이가 날 경우 한쪽에 페널티를 주는 접바둑을 둡니다. 덤이 부과되는 호선이 아니라 흑이 미리 2점,3점... 미리 깔고 두는거죠. 꼭 바둑이 아니라도 대부분의 분야에선 실력이 높아질수록 작은차이가 크게 다가옵니다. 아마추어끼린 작은실수 한두개는 상관없지만 프로끼리는 승부가 갈리는 큰 차이가 되죠. 바둑도 마찬가집니다. 온라인바둑 7급이랑 5급은 숫자상으론 2점차이지만 호선으로 둬도 이기고 지고 할수 있습니다. 7단과 5단도 2점차이고 호선으로두면 7단이 많이 이깁니다. 하지만 어쩌다가 7단이 한번씩 질수도 있죠. 이제 정상급프로랑 2점깔고 팽팽한 아마가 있습니다. 이 아마추어랑 정상급프로랑 호선으로 두면 어떨까요? 네, 못이깁니다. 백판두면 한판 이길 수 있지 않나고요? 프로가 음주바둑을 해도 이길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바둑의 신에게 2점이니 3점이니 하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닙니다. 여려분이 생각하는거 이상으로 현대바둑은 엄밀해요. 이세돌vs알파고 접바둑 얘기에서 덤조절은 잘 가늠이 안되고 2점 이상은 집문서건 목숨이건 이세돌에게 걸면 됩니다. 바둑에서의 가치로 설명하면 잘 모를테니 쉬운비유로 설명하면, 오목에서 2점이건 3점이건 먼저두면 알파고든 스카이넷이든 내가 둬도 이깁니다. 프로레벨에선 이정도 느낌이에요.

-오목에서 4개 먼저깔고 알파고랑 두면 누구한테 걸래?

계가와 불계, 집차이에 대하여

 바둑은 기본적으로 집을 많이 차지하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바둑이 끝나면 서로의 집을 세는데 이걸 계가라고 합니다. 반집승, 1.5집패 이런식으로 결과가 나옵니다. 반대로 불계란 글자 그대로 계가를 안한다는 뜻입니다. 굳이 계가까지 할 필요없이 내가 졌다는 뜻이죠. 보통 집차이가 많이나면 돌을 던집니다(기권). 물론 꼭 차이가 많이나야 던지는건 아닙니다. 반집, 한집반 이정도 차이에도 확실하게 져있다고 생각되면 돌을 던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차이가 막 20집이상 차이나도 그냥 계가까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확실하게 졌어도 끝까지 둬서 계가할 것인가 기권할 것인가는 그냥 두는사람 맘이에요.

 바둑에서 큰 오해중 하나가 집차이가 실력차이를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서로 집을 비교해서 승패를 겨루다보니 집차이가 곧 실력차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절대 아니에요. 덤 이내로 졌어도 비슷한 실력이 아닐 수 있고 40~50집 차이난다고 4점바둑이다 이런게 아니에요. 반집승도 완승이 될 수 있고 정말 극한의 줄타기 끝에 한끗 차이로 50집 질수도 있습니다. 집차이는 차라리 바둑내용이나 기풍(바둑스타일)에 더 영향을 받습니다. 서로 균형을 맞춰가는 집바둑에선 보통 집차이가 크지 않고 화끈한 한타 대마싸움을 하면 집차이가 크게 나겠죠. 그리고 바둑전략상으로도 내가 확실하게 약간 지는 길이 보이면 위험하더라도 최대한 변수가 많은 방향으로 작전을 짜기 때문에 쉽게 마무리 했을때보다 오히려 집차이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바둑실력을 가늠하려면 몇집차이 이런것보다 바둑내용을 보고 분석해야 합니다.

-집차이=실력차이 ㄴㄴ

정석에 대하여

  정석(定石)은 ‘정해진 돌’이라는 뜻입니다.(正이 아니에요). 간단히 설명하면 효율적인 모양입니다. 흑백간에 이런모양에선 이런수순이 효율적이다 정해진거죠. 정석을 익히면 수읽기나 판단을 내리는데 훨씬 쉬워집니다. 근데 이게 바둑에서 무슨 무조건적으로 떠받들여지는 진리는 아닙니다. 정석은 언제나 변화해왔고 신수,신형은 항상 나타났죠. 지금도 계속 연구중입니다. 또한, 정석은 그대로 따라두는 것보다 주변배석에 따라 적절히 맞춰서 둬야 합니다. 격언중에 정석은 외우고 잊어버려라 하는게 있는데 정석 자체에 집착하기보다 각 수의 원리, 주변과의 조화 등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죠. 알파고가 나타났다고 기존정석이 쓰레기가 되는게 아닙니다. 알파고가 둔 수들도 정석모양을 이룹니다. 앞으론 그저 새로운 정석이 만들어 지는거죠. 단지 변화의 속도나 방향이 지금보다 더 빠르고 의외의 방향으로 나아갈겁니다. 이게 패러다임의 변화인지는 모르겠네요. 사실 패러다임이란 말을 프로기사나 바갤러나 막쓰는게 아닌가 싶어서요. 전 도사쿠의 수나누기, 오청원과 기타니의 신포석 이 두가지가 진정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아닌가 생각해서요. 현대바둑도 모양보단 한수한수 가치를 정확히 따지는 쪽으로 변해왔습니다. 이게 급진적으로 나아간다고 패러다임의 변화인지... 뭐 이건 기준에 따라 다르겠죠.

  해설자가 ‘저런 수를 두면 사범님께 혼납니다’ 이런 멘트를 보고 비판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게까지 경직된 발언은 아닙니다. 초보자들은 기초적인 모양과 행마들을 익히는게 중요하므로 정석대로 두는게 좋습니다. 정석을 익히면서 돌의 기본원리를 익히는거죠. 어느정도 수준을 넘으면 두고싶은데로 둘 수도 있죠. 맘대로 둬도 수읽기가 되고 행마를 아니까 어느정도 맞춰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건 그렇게 둬서 이기느냐 입니다. 연구생과 프로기사들은 정석대로 안둔다고 혼나지 않습니다. 해설자가 같이 말했지만, 이기면 됩니다. 승률이 나오고 성적이 나오면 되요. 오히려 정상급 기사들의 바둑에서 새로운 수법이 많이 나옵니다. 이창호가 새로만든 수법들은 엄청나게 많고 이세돌은 같은 프로들도 예측못하는 수를 두기로 유명하죠. 실력이 높을수록 단순히 두던 수를 둔다기 보다 한수한수의 명확한 가치를 따져가며 둡니다. 바둑계나 한국기원이 권위적이거나 경직되있다는 비판은 몰라도 바둑내적으론 그렇지 않아요. 구분해서 비판하시면 좋겠습니다.

-바둑은 항상 변화한다

바둑용어에 대하여

 알파고랑 두면서 세력, 맛, 두터움 등 이런 추상적인 단어들을 싫어하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사람은 컴퓨터가 아니니 모든걸 계산과 확률로 보지 않습니다. 컴퓨터처럼 계산도 불가능하죠. 그러다 보니 이해하기 위해 세력, 두터움 등의 추상적인 단어들로 쓰게 된거죠. 딱히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다고 이 단어들이 의미없어지는게 아닙니다. 사람끼리 대화하는데 101011101... 이러지 않으니 당연히 다양하고 추상적인 표현들을 섞어서 의사소통하고 판단하게 됩니다. 물론 호감도 수치는 알아도 좋아한다는게 어떤건지는 모르는 분들도 많으니 어느정도 이해는 합니다. 그래도 수치외에 아무것도 의미없다는 분들은 자살을 추천합니다.

-그냥 자살추천

알파고 이후 온라인바둑

  알파고가 언젠가 상용화버전으로 나오면 온라인 바둑은 어떻게 되나 궁금하신 분들이 많더군요. 일단 실력이 좀 낮은쪽에선 걱정할거 없습니다. 거기는 사기급수 양학문제나 빨리 해결해야죠. 알파고든 5단이든 18급 수준에서 못이기는건 똑같습니다. 문제는 7단이상. 대충 789단 정도에선 문제가 될 수도 있겠네요. 배팅대국 문제도 있고 저도 정확히 어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이트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세요.

-너랑 나 수준에선 존나 상관없음

바둑의 가치

  바둑을 컴한테 지는 좆망겜, 쓰레기겜 이런 어그로들이 많이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게임의 가치나 수준은 컴한테 지고 이기고로 정해지는게 아닙니다. 체스,장기같은 게임들부터 리듬게임이나 아케이드 게임들에서 컴퓨터를 못이긴다고 쓰레기겜이 아닌 것 처럼요. 한두가지 요소로 게임을 아무렇게나 판단하면 극딜맞죠.

 바둑은 기본적으로 게임입니다. 야구, 축구, 스타, 롤, 체스랑 마찬가지로 게임이죠. 지금까지는 바둑 인공지능의 수준이 낮아서 별 생각 없었지만 판후이와의 대결이후로 결국은 인공지능에게 지겠구나 하는 생각은 프로기사들도 했습니다. 단지 이렇게 바로 이세돌이 질 줄을 몰랐죠. 생각보다 빨라서 당황했을 뿐이에요.

 바둑에서 인생이나 철학등을 논하는걸 아니꼬와 하시는 분들도 많더군요. 굳이 반감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야구, 축구도 그냥 공놀이고 스타,롤도 e스포츠는 무슨 그냥 사회악이죠. 마라톤도 인생인데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부여 하는걸 왜 이렇게 싫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바둑의 간단한 규칙에서 다양한 수들이 나오는걸 신기해 할 수도 있고 격언이나 마음가짐에서 교훈을 얻을수도 있죠. 이런 어그로는 논리적인게 아니라 그냥 생각을 안하시는 분들입니다.

-게임은 사회악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둑 하는 법

  바둑갤에 많은분들이 유입되셨는데 바둑 하는 법이나 바둑이 배울만 한지 궁금한 분들도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바둑규칙은 매우 간단하지만 한판 제대로 두기까지가 어려워 진입장벽이 높은 게임입니다. 두다보면 어마어마하게 재밌는 존잼게임이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수 있는 평생취미입니다. 여러분도 한번 배워보면 재밌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바둑의 기본 규칙은 두가집니다.

1) 흑백 서로 번갈아 둔다.

2) 상하좌우 4곳을 모두 둘러싸면 돌을 따먹는다.

  여기에 착수금지점에 관한 ‘돌을 두었을 때 둔 돌이 바로 따내지는 곳을 둘 수 없다’는 것과 동형반복문제로 ‘패는 한번 다른데를 둬야 따낼 수 있다’ 이 두 개의 하부룰만 추가하면 됩니다. 이렇게 기본규칙 2개에 세부룰 2개만 알면 여러분도 이제 바둑을 둘 수 있게 된겁니다. 서로 다른 두 집이 나야 완생 이런 완생미생 개념이나 수상전, 축 둥 다 이 기본룰을 가지고 뻗어나간거죠. 문제는 이렇게 규칙을 알아도 한판두려고 19x19 바둑판을 앞에두면 막막합니다. 어떻게 두어나갈지 깝깝하죠. 처음 규칙 배우고 한판까지, 그리고 거기서 재미를 느끼기 까지가 상당히 힘들어서 진입장벽이 높아요. 참 아쉬운 부분이지만 이거만 넘기면 존잼게임을 약속합니다. 제대로 배우고 싶으신 분은 일단 바둑갤러리 공지를 보시던가 입문서 한두권 사서 정독하길 권합니다. 어플로는 ‘바둑첫걸음’이게 상당히 좋더군요. 기본을 때고 나면 온라인에서 최하급보다 1~2급 높은 급수로 아이다 하나 만들어서 실전을 둬보세요.

-공지봐라

마무리지으며

  바둑은 정답이 없는 게임입니다. 굳이 재미로 찾아보자면 초수천원이 그나마 가장 가깝지 않을까요ㅎㅎ. 정확한 덤이 몇집이냐 하는건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만 덤이 도입되서 균형을 이루는 한 한쪽이 무조건 이기는 수같은건 없어요. 바둑에서 수의 가치는 확률적인 거고 특수한 무승부도 있지만 덤의 반집은 승패를 갈라버리죠. 응씨룰은 아예 무승부가 없다던데. 오비탈 비슷한 걸까요? 근데 전 화알못이라 여기까지만. 뭐 이론상 끝까지 가면 필승법이나 수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니면 말고요. 어차피 지금은 우리 인식 밖의 이야기 아닙니까ㅎㅎ

  바둑갤러리가 북적거리는건 좋습니다만 상관없는 이야기부터 욕까지 저급 어그로에 쓰잘데기 없는 글들이 너무 많더군요. 주식갤러리가 주식얘기만 하는 것처럼 바둑갤러리도 바둑얘기가 어느정도 주를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