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여러 이유로 전기차 구매가 망설여진다. 보조금을 적용해도 비싼 가격은 당연하거니와 충전은 여전히 번거롭고 불편하다. 겨울만 되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주행 가능 거리도 전기차를 기피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날이 추워질수록 전기차 주행 가능 거리가 줄어드는 이유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 때문이다.
이 배터리에는 액체 상태의 전해질이 들어있는데, 날씨가 추워지면 전해질이 굳으며 배터리 성능이 떨어진다. 여기에 난방으로 인해 증가하는 전력 소모도 한몫한다. 전기차는 여름철 에어컨보다 겨울철 히터 작동에 더 많은 전기를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전기차는 겨울에도 여름 못지않은 효율을 자랑한다. 국내 판매 중인 전기차 중 상온, 저온 주행 가능 거리 격차가 가장 적은 모델을 살펴봤다.
아이오닉 5 N과 EV6 GT 상온의 90% 이상 달린다
그동안 환경부에 등록된 인증 정보를 바탕으로 국내 판매 중인 전기차들의 상온 대비 저온 주행 가능 거리를 살펴보았다. 지난 10일 기준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기 승용차는 총 102종에 달한다. 이 중 영하 6.7도의 저온 환경에서 상온 주행 가능 거리의 90% 이상 달릴 수 있는 모델은 세 가지로 확인됐다.
먼저 국산 고성능 전기차인 현대차 아이오닉 5 N과 기아 EV6 GT는 각각 90.9%로 2위를 차지했다. 아이오닉 5 기준 일반 롱레인지 모델(86.1%)보다 약 5% 높은 수준이다. 그 비결은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에 있다. 해당 차량에는 한 단계 진보된 BMS가 탑재됐는데, 충전 및 주행 전 배터리를 적합한 온도로 냉각 및 가열한다. 덕분에 어느 기온에서든 최적의 주행 성능과 효율을 발휘할 수 있다.
1위는 롤스로이스 스펙터 비싼 값어치 제대로 했다
1위는 최근 국내에도 출시된 롤스로이스 첫 전기차 ‘스펙터’가 차지했다. 스펙터의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복합 기준 상온 386km, 저온 380km다. 추운 겨울에도 상온의 98.4%에 해당하는 주행 가능 거리가 유지된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보다 압도적인 결과인데, 그 비결 역시 압도적인 자본의 힘에 있었다.
시작 가격만 6억 2,200만 원에 달하는 스펙터는 제조 원가에 얽매이지 않아 최고 수준의 열 관리 시스템을 탑재할 수 있었다. 개발 당시 영하 40도에 이르는 북극권, 영상 50도에 달하는 사막 지대 등 혹독한 환경에서도 테스트 주행을 거듭했고, 어지간한 환경에서는 일정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완성도를 갖췄다.
저온 효율 최악의 차는? 그럴만한 이유 있었네
반면 상온 대비 저온 주행 효율이 가장 낮은 전기차는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며, 이를 포함한 최하위 10종이 모두 벤츠 전기차로 나타났다. 해당 차종은 모두 히트 펌프가 없는 데다가 히터 온도를 30도 이상까지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다. 환경부는 저온 주행 가능 거리 측정 시 히터를 최고 온도 및 풍량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제조사들은 저온 주행 가능 거리 확보를 위해 히터 최고 온도를 하향하는 꼼수를 써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편 겨울철 도심에서 완충 시 3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는 30종으로 나타났다. 롤스로이스 스펙터는 344km, 기아 니로 플러스는 349km, EV9은 351km로 확인됐으며, 현대차 아이오닉 5는 357km, 아이오닉 6는 376km다. 1위는 381km로 인증받은 테슬라 모델 X가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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