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바라보는 마음
쿠팡 물류센터의 이른 아침은 항상 분주했다. 커다란 트럭들이 연달아 들어오고, 컨베이어 벨트 위로 끝도 없이 쏟아지는 상자들은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렸다.
사람들의 움직임은 마치 부드럽게 돌아가는 기계의 톱니바퀴 같았다. 그리고 그 중 한 톱니바퀴처럼 보였던 이 아저씨, 박석진(50세)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무겁고 거대한 물건들을 처리하는, 힘이 필요한 작업을 도맡아 했다.
그의 하루는 단순했다. 아침에 출근해 정해진 일을 묵묵히 하다, 점심시간이 되면 구내식당에서 조용히 밥을 먹고, 퇴근하면 집으로 향하는 것이 그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몇 달 전부터 그의 일상에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
그녀, 김지은(28세).
아저씨는 그녀를 처음 본 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새로 입사한 그녀는 늘 긴 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밝은 미소를 띄우며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그녀는 비교적 가벼운 물품들을 분류하는 일을 맡았지만,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날 이후, 박석진의 시선은 그녀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점심시간.
구내식당의 창가에 앉은 박석진은 한 손에 수저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물컵을 만지작거리며 그녀를 몰래 바라보았다. 김지은은 동료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그에게는 마치 음악처럼 들렸다.
“석진 씨, 뭐 보고 있어요?”
같은 테이블에 앉은 동료가 묻자, 그는 급히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밖에 날씨가 좋길래요.”
동료는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박석진은 이미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와 직접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었다. 간혹 같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일하게 되면 그녀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오곤 했지만, 그는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가까이 다가가면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말을 걸 자신은커녕 그녀와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가 웃는 모습, 작은 손으로 상자를 정리하는 모습, 그리고 가끔 동료들에게 사려 깊게 다가가는 모습 하나하나가 그의 가슴 속에 자리 잡았다.
어느 날, 센터장은 모든 직원을 모아 간단한 회의를 열었다.
“곧 연말이라 물량이 많아질 겁니다. 모두 힘내주시고, 서로 돕도록 합시다.”
박석진은 늘 그렇듯 회의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서 있었다. 그런데 회의가 끝난 뒤, 김지은이 다가왔다.
“박석진 님 맞으시죠?”
그 순간 그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녀가 왜 자신에게 말을 거는 걸까? 그는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아, 네… 맞습니다.”
“무거운 물건 나르시는 거 보니까 힘이 엄청 좋으시던데, 혹시 나중에 저희 쪽 도움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녀의 말은 간단했지만, 그의 가슴은 이미 북소리처럼 요동쳤다.
“아, 그… 그럼요. 언제든 말씀하세요.”
“감사합니다!” 그녀는 밝게 웃고 돌아섰다. 그 순간, 그는 알았다. 자신이 그녀를 돕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날 밤, 박석진은 오랜만에 거울 앞에 섰다. 희끗희끗해진 머리카락과 주름진 얼굴, 거칠어진 손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그녀와 자신 사이에는 나이 차이라는 거대한 강이 가로놓여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가 그녀를 멀리서 바라보며 느끼는 이 조용한 행복은 그의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는 그저 소박한 바람을 가졌다. 그녀가 항상 밝게 웃을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웃음을 멀리서라도 볼 수 있기를.
이제 박석진은 내일도 그녀를 도울 준비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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