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30분'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을 하라고 연신 휴대폰 알람이 울린다. 새벽에 퇴근하고 집에와서 푹 잔거 같은데 온 몸이 쑤시고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
'아...결근해야하나 너무 나가기 싫다'
하지만 결근 한 번에 월급 30여만원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아픈 몸을 일으켜세웠다.
일어나서 잠도 깰겸 계약직 카톡방에 들어갔다.  폐경 지난지 한참 지난 쿠줌 2명이 보건휴가를 신청한 것을 보자 한숨이 나온다.
"씨발년들 3일 쉬고싶어서 보건휴가 썼네"
화는 나지만 일단 출근을 하기 위해 대충 씻고 통근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매번 느끼지만 통근버스를 타면 모두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처럼 우울해보인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

오후 5시 30분 센터에 도착해서 잽싸게 쿠펀치를 찍고 흡연장으로 갔다.
몇 몇 아는 얼굴이 보여 고개나 끄덕거리며 인사하고 줄담배를 태운다.
그리곤 휴게실에 들러 업무배정표를 확인하러 갔다.
어쩐 일로 오늘 집품을 보내줬다. 담당 캡틴은 마음에 안 드는 놈이지만 오늘은 워터를 피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현장에 도착해서 pda를 받고 집품을 하기 시작했다. 시작한지 30여분 지났을까 작업정보가 바뀌었으니 토트마감을 하라는 문구가 떴다.
'아 시발 존배치 할당 받았다.'
점심시간 전 까지 계속 존배치만 하다보니 다리가 아팠다.
오후 9시 즈음 방송이 나왔다
'긴급건, 긴급이 뜨지 않는 존배치 하고 계신 사원님들 속도 더 내주셔야 포장층에서 원할한 마감이 가능합니다. 속도를 더 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방송이 나와도 느린 쿠줌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느릿느릿 집품을 이어갔다. 저 쿠줌들은 왜 나오는지 이해가 안 간다.

점심시간
메뉴차림표는 거창하지만 실물은 항상 우리집 뽀삐 개사료보다 못한 탄수화물덩어리 개밥이다.
하지만 먹지 않으면 5시간을 버티기 힘들기에 꾸역꾸역 먹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현장에 도착하자 캡틴이 말을 걸었다.
"사원님, 워터 사원님 한 분이 조퇴를 해서 포장층으로 이동부탁드릴게요"
'아차...오늘 운수가 좋더라니...'
포장층으로 갔더니 pda를 주고 오토백 3.5라인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시발...'

팔 운동을 열심히 하고나니 퇴근시간이 다가왔다.
빠르게 pda를 반납하고 흡연장에 가서 줄담배를 피웠다.
오늘도 의미없는 하루를 날린 기분이라 우울했다. 쿠팡은 이상하게 업무성취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셔틀버스를 타고 약 1시간 뒤 집 근처에 내렸다.
우울한 마음에 담배 한 대 태우며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한다.
희뿌연 담배 연기처럼 내 청춘도 흩어져 의미없이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쿠팡 말고는 다른 곳에 도전하거나 정착할 용기가 없다.
'나는 내일도 쿠팡에 나가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나가겠지...'
저 멀리 해가 떠오르며 밝아오지만 내 눈은 감겨 다시 암흑 속으로 빠져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