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에 구워주는 고깃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손님은 다들 점심 다 드실 때쯤 3시 정도에 가장 적습니다.

그렇게 한 두 시간 정도 텀 있는 거 빼곤 끊임없이 밀려옵니다.

(특히 홍대라 가게에서 들리는 소리는 한국어보다는 중국어, 일본어, 영어로 가득 차 있음)

* 글을 시작하기 앞서 이 고깃집은 제 첫 알바이고, 저는 굉장히 운이 좋게 첫 알바를 아주 좋은 곳에서 편하게 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고깃집 알바 단점 하면 보통

1. 무거운 불판

2. 하루 종일 찌들어 있는 기름과 땀

3. 쉴 새 없이 들어오는 주문

4. 그 주문에 맞춰 쉴 새 없이 구워줘야 하는 고기

5. 깨끗 이라는 단어 조차 모르는 사람들인듯한 드러운 테이블

6. 단체로 쳐들어와서 회식 왁자지껄 하고 가는 테이블

7. 홍대라서 한국어보다 영어를 더 많이 쓰게 됨

이정도가 있을 것 같네요.

첫번째로 우리 가게는 불판이 하나에 3kg 정도 됩니다.

고거 모아서 오전 타임 한번, 오후 타임 한번 닦습니다.

그렇게 모아서 닦을 때 보면 오전에는 보통 50개가 안되고

오후에 이제 100개 정도 됩니다. (많을 때는 100개 넘음)

솔직히 이거 불판 닦는건 개 빡쎄긴합니다.

싱크대가 키맞춤이 되는건 당연히 아니라서 불판을 밑에서 부터 끌어올리는데

그거 한번 할 때마다 허리 디스크 1스택씩 적립하는 기분...

거기다 불판을 3분할로 닦습니다.

뜨거운 물과 철 수세미를 이용해서 1차로 닦고

물기를 닦음과 동시에 잔여물 제거를 위해서 마른 물수건으로 닦고

고기 태움 방지로 기름칠을 해줍니다.

이렇게 불판 100개를 3번씩 왔다갔다하면 진짜 죽을 것 같음...

그래도 점장님이 힘든거 아셔서 짬 상관 없이 다 같이 돌아가면서

두번째로 기름과 땀은 진짜 어쩔 수 없는 것 같네요.

특히 지금은 여름이라서 진짜 일 안하고 에어컨 앞에 서 있는거 아닌 이상 덥습니다.

더운데 고기 구워주느라 불 앞에 서있고 계속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하면 쪄 죽어요.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팔에 닿는 모든게 끈적거려서 불쾌함 그 자체

뭐 그래도 여름만 아니면 땀은 크게 신경 안쓰입니다.

주문 받기는 진짜 몇개가 들어오든 능력 차이인 것 같네요.

솔직히 주문 여러개 들어온다고해도 한 테이블당 엄청 많이 해봐야 한번에 10개도 안시킬텐데

포스기로 가는 길에 한 두 테이블 더 받는다고 기억 못하는거면 흠...

고기 구워주기는 진짜 꼭 알아보고 지원하세요.

자신 없으시면 절대 구워주는 고깃집 지원하지 마세요.

고기 굽다가 좀 탔다? 무조건 내 잘못

고기 굽다가 손님한테 기름 튀었다? 무조건 내 잘못

고기 굽다가 모르고 한 점 떨어뜨렸다? 당연히 내 잘못

고기와 관련된 모든게 다 내 잘못이됩니다.

심지어 기름 튀었다고 가끔 째려보는 손님이 있는데,

고기 뒤집다가 튄 것도 아니고 고기에서 조금씩 나오는 그 기름이 어쩌다 찌끔 튄거...

이건 특히 커플끼리 왔을 때 여자가 굉장히 심합니다.

남자 친구분이 응급실 데려다주기 전까지 그냥 악을 떽떽 써대는데 와...

서로 그렇게 챙겨주는건 좋은데 대체 그 기름 튄걸 왜 나를 째려보며 얘기하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테이블 닦기는 막상 해보면 솔직히 더러운거 별로 신경 안쓰이긴합니다.

이미 고기 굽느라 기름 범벅된 손 (물론 서빙과 음식 나갈 때는 깨끗이 씻고 나감)

손님들 음식 빼달라는거 만지다 보면 어차피 손은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져있어서 별로 신경 안쓰입니다.

그렇다고 가끔씩 알바 오시는 분들 중에 자기 손 안더럽히려고 휴지 집어다 별 쌩쇼를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분은 다음 주되면 안보이더라구요

회식하러 오시는 손님들!

굉장히 힘들면서도 어떻게보면 간편합니다.

보통 회식을 하러 오시면 당연히 예약을하죠.

그럼 다들 몇시에 20명, 몇시에 50명 이정도로 알고 있으니

미리 미리 세팅을 해둘 수가 있습니다.

회식 자리니까 당연히 술을 마신다는 가정 하에 술잔도 미리 세팅이 가능하구요.

그냥 손님들 오시면 주문만 받으면 준비가 끝나는 겁니다.

이제 주문 받고 고기를 구워드려야하는데 짬 좀 차면 혼자 여러 테이블을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별 문제 없습니다. 

오히려 나중에 술 엄청 마시고 술주정 하시는 분들이 좀 거슬릴 뿐...

외국인이 많은 현상도 저한테는 좀 도움? 이 된 것 같아요.

외국인이 많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영어를 항상 사용해야하고

영어 잘 못하더라도 몸도 같이 쓰면서 어찌어찌 계속 대화하다보면 

신기하게 영어 실력이 조금씩 늡니다 ㅋㅋ

그리고 그런 점에서 가게에서 외국인 직원도 쓰는데 그 분들한테 모르는 단어도 물어보면서 하다보면

진짜 영어가 조금씩 늘어요

소극적인 성격이라 처음에는 한국인 손님한테조차 말 걸 때 긴장했는데

이제는 외국인 앞에서도 그런거는 전혀 없으니 말 다 했죠

(그렇다고 원어민 급으로 잘해서 생긴 자신감은 아님)

일하다 보면 또 손님들이 남긴 고기도 주워 먹는데 생각보다 잘 구워져 있고 따뜻한 고기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알하며 배고파진 배 달래기 좋습니다 ㅋㅋ

(고기는 잘 구워져있는데 좀 식었으면 점장님이 더 구워서 익혀 주심)

거기다 살짝 팁으로 비싼 고기 사드시거나 정장 입으신 5~60대 아버님들한테 잘 해드리고 입도 좀 털고하면

지갑이 시원시원하게 열립니다 ㅎㅎ (당연히 다른 분들한테도 잘 해드림)

생각보다 팁 받기 쉬운 구조라서 하루에 팁만 10만원 넘은 적도 있습니다.

첫 알바로 고깃집을 택했는데 다행히 저는 점장님이 굉장히 좋은 분이였습니다.

직원들도 완전 좋았구요.

기분 나실 때 마다 (거의 매주) 배달 음식 시켜주셔서 다 같이 먹기도 하고

가끔은 치킨 시켜서 돌아가며 먹으면서 일하고,

실수해도 크게 나무라는 사람 없이 잘 알려주셔서

가게 분위기가 진짜 가족 같습니다. ( 욕 아님 )

시급은 1.3 이고 설날, 크리스마스 같이 공휴일에 일할 수 있냐고 물어보시는데

그런 날 일하면 시급도 1.5 배로 꼬박꼬박 챙겨주십니다. (설 연휴 집안 어르신들 용돈 포함해서 받으면 쏠쏠)

암튼 알바는 이런 식으로 돌아갔는데 저는 굉장히 만족하며 일했습니다.

맨 처음 말했다시피 운이 좋게 첫 알바를 굉장히 편한 곳으로 잡아서 그렇기도합니다.

그럼에도 고깃집은 후기들 보니까 진짜 케바케에다가 성향 차이도 있는 것 같아서 신중하게 선택하셔야할 것 같네요.

이상 고깃집 10개월 일한 알바생 후기 마치겠습니다. (궁금한거 있으심 다 알려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