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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써봤다 좀 기니까 천천히 읽으셈 ^^

또치세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3.03.06 04:17:23
조회 87 추천 0 댓글 6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체육관 1층은 실내 수영장이었다. 

비상등만이 켜져있는 수영장의 주변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어둠 곳에서 수면을 집중해서 보니 미묘하게 파도치는 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수영장 쪽으로 다가가보니 발 아래 수건과 마치 버려진 듯 보이는 남성용 코트와 블레이저 그리고 스커트 같은 것들이 흩어져있었다.

나는 순간 망설이고서 벗어놓은 옷들을 뒤졌다.

섬세한 섬유의 질감을 손끝으로 느끼며 쥐어보니 자그마한 그것은 바로 그녀의 셔츠였다.

여자는 이렇게 작고 얇은 천으로 하반신을 지키고 있었던 것인가.

셔츠를 원래대로 두고 코트 주머니를 뒤져본다.

짜르르하고 동전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며 손끝에는 접혀져 있는 종이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 동시 수영장에서 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수면이 파도를 쳤다.

나는 그대로 일어났다.

그녀는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크게 숨을 쉬고서 수면 위에 눕듯이 위를 바라보며 떠올랐다.

호흡과 함께 상하하는 가슴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녀는 수영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

조용한 수영장에 그녀가 내뱉는 호흡소리만이 울려퍼진다.

잠시 생각없이 서있었더니 그 기척을 눈치챈듯 그녀가 천천히 수영장 사이드 쪽으로 수영해왔다.

나와는 거리를 좀 둔 채 물에서 위로 올라와 수영장 사이드에 앉는다.

"료코"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며 들고 있었던 수건을 가지고 갔다.

료코는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 자신의 몸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은채 발을 물에 담그고 앉아있다. 

그녀가 목에 건 로켓모형만이 몸에 걸친 전부였으며 작은 은색 금속이 가슴골에서 빛나고 있었다

"역시 너였구나"

옅은 비상등의 빛 아래, 료코의 나체는 아름답게 눈에 비추어졌다.

균형이 잡힌 몸매와 어께에 내려앉은 젖은 머리카락

모양 좋은 가슴과 완만한 고개를 형성한 허리 라인.

처음 보는 료코의 맨몸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그녀에게 조금의 섹슈얼리티도 느끼지 않았다.

정신을 깎아먹히고 있는 상황에 내가 놓여져 있었기 때문일까

그게 아니면 그녀의 몸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색기를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마치 미술관에 전시된 알몸의 여인 그림을 보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운동장 앞에 있는 거 봤었거든"

료코는 수면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렇게 어두운데 무섭지 않아? 나도 밤에 바다에서 헤엄쳐본 적이 있는데 어느샌가 상하감각이 없어져서 무서웠었던 기억이 있는데"

"무섭지않아"

료코는 나를 바라보고선 웃음을 지은 듯 보였다

"같이 헤엄쳐볼래? 손 잡아줄게"

"수영복 안 가져왔는데"

"내가 지금 수영복을 입고있는 걸로 보여?"

"아니"

"이런 상황에서 사소한 건 신경쓰지 마"

"이런 상황이니까 오히려 알몸으로 친구와 수영칠 수 없는 거라고. 누가 보면 어떻게 할 거야"

"……어차피 죽을텐데"

료코가 말했다. 

역시 그녀는 어딘가 결핍되어있다고 느꼈다.

고장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어딘가 결핍되어있는 시스템

생활환경이나 학습의 과정에서 변화된 것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이상한 것이다.

내 돌아가신 아버지와 마찬가지다.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렇게 되어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같은 생각을 했다.

눈 앞에 조용히 앉아있는 그녀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인가.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해도 뭔가 변화가 일어 날지도 모른다.

수영상 사이드에 앉아있는 그녀도 그것을 바라고 있는 듯 보였다.

자신이 참담하게 드러낸 텅 빈 공간을 채울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부터 그랬던 건지도 모른다. 

체스부, 방송위원회, 수영부 등 여러 곳에 자신의 손을 댔다.

그녀는 각각의 장소에서 스위치를 바꿔 키듯이 료코라는 사람을 연기해 보였다.

체스 부에서는 친구들과의 수다를 좋아하는 평범한 여자아이

수영부에서는 후배에게 격려의 말을 남기는 상냥하지만 엄격한 선배

방송위원회에서는 유머가 풍부한 두뇌명석 아나운서

여러 장소에서 각각의 역할을 연기해 보았지만

그녀는 과연 무엇을 손에 넣었을까

내 눈에서 그녀는 대답을 찾지 못한채 졸업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정체성 찾기는 고등학교 졸헙 이후로 미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아마 그것을 찾을 일은 없겠지

정체성 찾기는 애초에 없는 것을 찾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평생에 걸쳐 찾는다 해도

결핍된 부분이 채워질 일은 없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어차피 수복할 수 없다면 고장을 내버리면 되지 않을까?

3학년들 사이에서 미술품 처럼 여겨져 오던 인형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주는거다.

그리하면 그 쇼크로 기적적으로 끊어져 있던 배선이 연결될 지도 모른다

아니면 고장난 부분 통채로 파괴해버릴 수밖에 없다.

그때 생각에 빠져있는 나의 앞에 료코가 일어섰다

다시 한 번 나를 보고서 몸을 완전히 드러내고 있다.

부방비한 알몸을 드러낸 그녀를 쓰러트려 주리라 생각했다

그녀에게 변화를 가져다 주기 위해서는 이것밖에 없다.

이것은 도박이다, 가능한 한 최대로 난폭하게 다루어 수치심과 고통으로 눈물을 흘리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인간으로서의 기능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이것밖에 없다.

그러니 어서 범해라...라고 머릿속에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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