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안의 샤나, 줄여서 작샤는 십몇년전 중딩때 본인을 일본 서브컬쳐에 입덕하게 한 라노벨이다.

이걸 시작으로 일본 서브컬쳐에 광적으로 빠져들었던 기억이 든다.

아무튼 작샤를 처음 읽었을 땐 신세계였고, 중딩때 용돈을 모아 십몇권짜리를 꼬박꼬박 사모았다.

그로부터 십몇년이 지난 지금, 본인은 일본 서브컬쳐에 관심을 끊은지 몇년되었지만 문득 입덕작이었던 작샤가 생각나서 리디북스로 전권을 결재했다.

그리고 차근차근 읽었는데 8권까지 읽다가 때려쳤다.

확실히 입덕작 보정에 추억보정까지 겹쳤던 예전과는 느낌이 어마어마하게 다르다.

내가 최근에 작샤를 접했다면 나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할 작품이었을거다.

작샤를 까기전에 한가지만 말한다면,

1권은 나쁘지 않다. 작샤의 모든 문제점은 2권부터 시작된다.

1권 자체는 수작이라 평가해도 모자람이 없다.

체구는 여초딩이지만 쿨하고 시니컬한 여주인공 샤나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이고

소심하지만 죽기 직전의 운명인 주인공이 고뇌하고 나름 필사적으로 행동하는 모습도 볼만하다.

마음에 안드는건 악역으로 나오는 애들인데 쫄따구들은 생긴게 마음에 안들고 보스인 프리아그네와 마리안느는 디자인부터 행동과 대사가 많이 오글거리고 이해가 안되는 감정선을 보여주지만 작샤 1권이 2000년대 초반 작품인걸 감안하면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수준이다.

1권에서 둘이 협력해 프리아그네를 물리치고 막판에 죽음에서 살아난 주인공을 보며 짖궃게 웃으며 놀리는 샤나를 보고 '아 재미있네' 라고 생각했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2권부터 샤나의 캐릭터가 완전히 바뀐다.

완전 캐붕수준으로 바뀌어서 당황했다.


쿨하고 시니컬하고 똑똑하고 냉정한 히로인 샤나는 어디가고 2권부터 갑자기 사랑이라곤 아무것도 모르는 10대 초중반 소녀마냥 주인공 앞에서 얼굴이 빨개지고 어쩔줄 몰라하는 츤데레가 되는데

이게 너무 괴리감이 크다.



샤나가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설정상 천재이고 세상의 모든 지식을 책으로 배웠기 때문에

1권에서 샤나는 학교 교사들을 지적하고 굴복시킬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설정이다.

그 교사들 중에는 문학교사도 있는걸 보면 이과 지식만 익힌게 아니라 문학같은 인문학도 전문가 수준으로 익혔다는 건데

그런 애가 '사랑이 뭐야? 너무 혼란스러워 ㅠㅠ' 이러면서 본업인 전투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하는 정신상태가 되어버리는데

샤나 정도의 인문학적 교양이 있다면 이건 그냥 설정붕괴다. 샤나를 그냥 바보로 만들어버린거다.

아무튼 2권부터 샤나는 그냥 흔히 말하는 츤데레가 되어버린다.


그래도 참고 보았다.


2권부터는 평범한 인간이고 예전부터 주인공을 좋아했던 평범한 인간 여자애 '요시다'가 나와서 주인공을 두고 샤나와 삼각관계를 이루는데

샤나는 요시다에게 심한 질투를 느끼고 주인공을 독점하려고 한다.


요시다는 주인공과 샤나가 있는 '비일상'의 세계를 전혀 모르는 평범한 인간이고 '일상'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주인공은 요시다와 지내면서 평범한 인간이 된것 같다는 안도감을 느끼고 이는 샤나와 같이 있는 시간인 '비일상'적인 세계와 대조된다.

주인공은 어떻게든 비일상을 요시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샤나는 그런 주인공에게 화내고 요시다에게 질투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요시다는 그런 샤나를 적대하고 주인공은 그 사이에서 쩔쩔매는데

나름 참고 볼만하다.


하지만 그것도 8권부터 깨지는데

간단히 정리하면 요시다도 주인공과 샤나의 정체를 알게되어 그들을 도와주는 관계가 되고 샤나와 화해하여 샤나와 하하호호하는 '건전한 라이벌' 관계로 변한다.

난 여기까지 읽고 더이상 읽는 것을 포기했다.

긴장감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예전에 읽었기 때문에 뒤의 줄거리도 다 어렴풋이 기억은 하지만 도저히 재미가 없어서 읽기가 어려웠다.
(참고로 총 22권짜리다)


그외의 문제에 대해 얘기하면

중복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 각권마다 지금까지 줄거리를 요약하고 등장인물이 나올때마다 그 인물에 대해 설명하는데 정주행하는 사람에게는 시간낭비다.


아무튼 예전의 나는 왜 작샤에 빠져들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작품이었다.


애니도 보았는데 애니는 더 쓰레기이니 보지말것.


-이상 작안의 샤나 리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