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성인여성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팽삼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것도 잠시 팽삼은 여자의 모습에 그만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여자의 머리에는 고양이의 귀같은 것이 달려있었는데 그 모양새가 짐짓 사실적이었다. 여자는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귀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아 이거요? 너무 진짜 같아서 놀라셨구나. 맞아요 진짜" 활짝 웃어보이는 그녀의 미소는 진부한 표현이긴 했지만 마치 봄날의 햇살과도 같았다. "어.. 어떻게 이런일이 가능할 수가 있지?" 평소 같았으면 냉철 그 자체였을 팽삼이지만 이런 상황에선 그도 자동적으로 이러한 반응을 보일 수 밖에는 없었다. 여자에게 물어볼 의향으로 말한 것은 결코 아니었으나 미리 준비라도 한 양 여자가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수인이라고 들어보셨죠?" "네?" 경악한 팽삼의 태도와는 달리 여자의 태도는 연신 태연하기만 했다. "만화같은데 자주 나오는 그 수인말이예요. 수인들은 세계곳곳에 살고 있어요. 다만 인간들 눈에 띄지 않을 뿐이죠. 왜 가끔 멸종했다고 생각했던 동물들이 인간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곤 하잖아요. 그런거랑 비슷하다고 보면 되려나.. 그건 그렇고.." 팽삼이 생각을 미처 다 정리하기도 전에 그녀의 입에서 폭탄선언이 흘러나왔다. "팽삼씨 단도적으로 말할게요. 저랑 사귀어주세요." 이 말을 들은 팽삼의 눈은 커지다 못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팽삼의 말에 여자가 말했다. "제가 싫으신건 아니시죠?" 맞는말이었다. 팽삼은 그녀가 싫지 않았다. 비록 이상한게 머리에 달려있긴 했지만 눈에 띄는 미인축에 속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사실 오래전부터 쭉 팽삼씨를 지켜보고 있었어요" "네? 절 지켜보고 있었다구요?" 팽삼의 입장에선 충분히 당황스런 일이었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로 팽삼은 그녀의 존재 자체를, 심지어 자신을 염탐?까지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추호도 몰랐던 것이다. "수인들은 기척을 숨기는 데에 아주 능해요. 그래서 더더욱 인간들 눈에 띄지 않는 거기도 하구요" '아니 무슨 만화주인공이라도 되냐고' 팽삼은 어이가 다 없을 지경이었다. 속마음을 숨긴채 팽삼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