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B48 덕질하면서 드라마를 깐 적이 있다.

수준 이하의 드라마라서 주연 맡기에 별로라는 식으로 썼다.

세일러좀비, 마지스카학원 이런 거 말하는 것 아니다. 병맛으로 보는 드라마도 있으니까, 오히려 난 재밌게 잘 봤다.

그런데 9시 드라마 주제에 판치라 남발하길래 주연이긴 하지만 좋은 작품은 아니다라고 했더니

마치 내가 AKB48멤버 저격한 것처럼 공격을 해대더라.

나는 드라마 작품에 대해서 의견을 낸 것인데

상대방들은 자기 오시를 욕한거냐니 여기서 꺼지라느니는 기본이요

욕까지 하더라.

오해할 수도 있으니까 그건 문제가 아닌데,

내가 놀란 건 개그라면 판치라도 괜찮다는 마인드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판치라 보이는 드라마도 질적으로 좋은 거라는 논리였다.

B급 문화를 저격하는게 아니지만 고급과 저급 문화는 나뉘잖아.

톱급 배우가 되려면 의미 없는 신체노출 나오는 작품은 자제해야 하는 거 아닌가?

무슨 예술영화에 노출씬 이야기하는 거 아닌 의미 없는 판치라 개그가 자기들 오시멤버에게 고급스러운 일이냐?

너무나도 당연시하게 노출을 꺼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걸 보고 내 자신이 반성되더라.

한 발자국 비켜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니

10대 소녀들 수영복 사진 보면서 슴가가 어떠니 골반이 어떠니

상관 없는 연애에 참견하면서 배신자라고 욕해대고

AKB 덕질이 나쁜 건 10대 소녀들의 성노출을 나도 모르게 당연시하게 된다는 거다.

나를 욕한 그들이 내가 작품을 비판한 것을 자신의 오시를 저격한 것으로 오해하긴 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판치라 같은 의미 없는 노출을 너무나도 당연시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나 역시 정도의 차이였지만 그라비아 사진 보면서 품평하고 몸매 좋네라면서 감상한 것은 확실히 변태적인 행위였던 것 같다.

사실 수영복 감상이나 더 나아가 야동 보는 것도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이성적인 면도 있지만 본능적인 면도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아이돌 덕질이 알게 모르게 AV시청과 비슷해져 가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한번도 AKB48의 그라비아 사진을 보면서 야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유사연예대상으로 AKB48 덕질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멤버 스캔들이 나든 말든 상관하지 않을 정도로 단순히 연예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보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라비아나 몇몇 성적인 춤이나 가사에 심각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나 역시 10대 소녀들의 성노출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AKB48을 덕질하기에는 내 자신의 정신상태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매일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여성의 일거수를 검색하고

수영복 사진을 품평하며

성형 여부나 스캔들을 킥킥거리며 비웃거나 상대방의 멤버를 깎아내리는 나와 몇몇 사람들은

그저 변태일뿐인 것 같다.